퇴직연금 위험자산 비중, 내 DC·IRP 계좌에서 직접 재는 다섯 단계

퇴직연금 계좌가 '위험자산에 쏠렸다'는 말은 정확히 어떤 숫자로 재는 걸까? 앱 첫 화면의 수익률 한 줄로는 알 수 없고, 계좌 안의 돈을 몇 갈래로 나눠 직접 나눗셈을 해 봐야 보인다.
DC·IRP의 위험자산 한도 70%는 '총량'만 센다. 그 70% 안에 업종이 몇 개 들었는지, 넣은 돈보다 지금 얼마가 남았는지, 처음 정한 비율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는 가입자가 직접 계산해야 한다.
※ 이 글의 김 씨 계좌는 통계를 바탕으로 꾸민 가상 사례이며, 금액도 모두 가정이다.
무엇을 재려는가: 네 개의 비율과 한 개의 시나리오
연금계좌 점검은 결국 다섯 번의 계산이다. 위험자산이 계좌에서 몇 퍼센트인지, 그 가운데 한 업종이 몇 퍼센트인지, 그 업종이 흔들리면 계좌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넣은 돈과 지금 평가액은 얼마나 차이 나는지, 처음 목표와 지금 비율은 얼마나 벌어졌는지다.
순서가 중요하다. 수익률부터 보면 '많이 빠졌다'는 감정이 먼저 오고, 비중부터 보면 '왜 이만큼 빠졌는지'가 먼저 보인다. 이 글은 뒤쪽 순서를 따른다.

통계가 알려 주는 출발선
내 계좌를 재기 전에, 전체 퇴직연금이 어디쯤 서 있는지 기준선을 하나 잡아 두면 좋다.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의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2026년 5월 20일 발표)에 따르면 2025년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천억원으로 1년 새 약 70조원 늘었다. 그해 전체 수익률은 6.5%로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높았다.
같은 백서에서 2025년 말 실적배당형 비중은 24.6%, 원리금보장형은 약 75%였다. 실적배당형 비중이 3년 새 약 두 배가 됐다지만, 평균으로 보면 아직 넷 중 셋은 원리금보장형이다. 2025년 수익률은 실적배당형 16.8%, 원리금보장형 3.1%로, 오르는 해에는 위험자산 쪽이 더 벌었다.
움직임은 올해 더 빨라졌다.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 박성훈 의원에게 낸 자료를 보면 2026년 6~7월 DB형에서 DC형으로 옮긴 사람은 14만9710명(7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3242명보다 181.2% 늘었다. 6월 4만3974명, 7월 10만5736명이다.

이 기준선은 '평균'이라는 점만 기억하면 된다. 전체의 24.6%가 실적배당형이어도 내 계좌가 70%를 위험자산에 두었다면, 내 계좌는 평균과 전혀 다른 물건이다.
1단계: 위험자산 비중을 직접 나누기
식은 한 줄이다. 위험자산 비중 = 위험자산 평가액 ÷ 계좌 전체 평가액. 여기서 헷갈리는 건 나눗셈이 아니라 '무엇이 위험자산 칸에 들어가느냐'다.
DC형과 IRP는 적립금의 최대 70%까지만 주식형 펀드·ETF 같은 위험자산에 담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 2018년 보도자료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령상 70%까지'라고 적었고, 2026년 9월 보도도 같은 한도를 현행으로 설명한다. 원리금보장 상품이나 요건을 갖춘 분산투자형 상품은 100%까지 담을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안전자산 30%'는 별도의 규칙이라기보다, 이 70% 한도의 나머지 몫을 부르는 말이다.

가상의 김 씨(50대) 계좌로 해 보자. 평가액 2,500만원 가운데 반도체 ETF 1,500만원, 코스피200 ETF 250만원, 계좌 안 정기예금 750만원이 있다고 가정한다. 위험자산은 1,500+250=1,750만원이고, 1,750÷2,500=70%다. 한도에 딱 붙어 있다.
흔한 실수는 TDF를 무조건 위험자산 칸에 넣거나, 반대로 모두 안전 칸에 넣는 것이다. 같은 TDF라도 요건을 갖춘 상품인지에 따라 분류가 다르다. 퇴직연금 사업자 앱의 '상품별 위험 구분' 또는 '위험자산 한도 사용률' 화면에서 회사가 어떻게 분류했는지 그대로 옮겨 적는 게 가장 정확하다.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도 이 단계에서 같이 확인한다.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은 돈이 미리 정한 상품으로 굴러가는 제도인데, 직접 고른 상품이 있다면 매달 들어오는 납입금이 어느 상품을 얼마씩 사도록 설정돼 있는지가 비중을 계속 바꾼다.
2단계: 한 업종에 얼마나 실렸나
한도 규칙은 위험자산의 양만 센다. 그 안을 무엇으로 채웠는지는 규칙이 들여다보지 않으니, 업종 노출은 가입자가 따로 계산해야 한다.
식은 업종 노출 = Σ(ETF 평가액 × 그 ETF 안 해당 업종 비중) ÷ 계좌 평가액이다. 업종 ETF는 거의 전부가 그 업종이고, 지수형 ETF도 대형 종목 몇 개가 큰 몫을 차지할 수 있다.
김 씨 계좌에서 반도체 ETF 안 반도체 비중을 100%, 코스피200 ETF 안 반도체 비중을 30%로 가정하면(설명용 가정이며 실제 구성 비중이 아니다), 1,500×1.0+250×0.3=1,575만원이다. 1,575÷2,500=63%. 위험자산 한도는 70%로 지켰지만, 계좌의 63%가 한 업종의 가격을 따라 움직인다는 뜻이다.

흔한 실수는 ETF 이름만 보고 업종을 짐작하는 것이다. 이름에 '200'이나 '배당'이 붙어도 구성종목을 열어 보면 특정 업종이 크게 들어 있을 수 있다. 운용사 홈페이지의 구성종목(PDF) 화면에서 기준일과 함께 비중을 적어 두면 된다.
3단계: 지수 낙폭을 종가로 다시 재고, 내 계좌에 대입하기
업종 노출을 구했다면, 그 업종이 일정 폭 빠졌을 때 계좌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계산할 수 있다. 식은 계좌 영향 ≈ 업종 노출 × 업종 하락률이다.
먼저 기사 속 낙폭부터 직접 검산해 보자. 파이낸셜뉴스·이코노미스트는 코스피가 2026년 7~8월에 8,303.4에서 6,820.0으로 18.1% 내렸다고 전했다(장중 최고는 6월 19일 9,385.59, 연초는 4,200선). 두 숫자로 직접 나누면 6,820.0÷8,303.4−1≈−17.9%가 나온다.
0.2%p 차이는 시작 종가의 날짜를 어디로 잡았는지, 혹은 반올림 방식에서 생겼을 수 있다. 이럴 때는 한국거래소 일별 시세에서 시작일과 끝일 종가를 직접 꺼내 다시 나누는 것이 확인 방법이다. 내가 가진 ETF의 낙폭도 같은 방식으로, 운용사나 거래소의 일별 종가 두 개로 잰다.
그다음 김 씨 계좌에 대입한다. 업종 노출 63%에서 반도체가 10% 빠지면 계좌는 약 6.3%, 20%면 약 12.6%, 30%면 약 18.9% 줄어든다. 나머지 위험자산과 정기예금의 움직임은 뺀 단순 계산이다.

기사 제목의 '-10%'도 이 틀에서 읽으면 조건이 보인다. 이코노미스트·파이낸셜뉴스 보도에 따르면 2026년 4~6월에 DC형으로 옮긴 가입자의 7~8월 단순 기간수익률은 미래에셋증권 -10.7%, 한국투자증권 -10.2%였다(8월 말 기준). 두 증권사 가입자만 집계했고, 옮긴 시점과 잰 기간이 다르니 전체 전환자의 손실률로 읽으면 안 된다.
4단계: 넣은 돈과 지금 평가액 맞대기
앱의 수익률 숫자는 계산 방식이 여러 가지다. 중간에 납입이 계속 들어오는 계좌라면 앱이 보여 주는 기간수익률과 '넣은 돈 대비 남은 돈'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
그래서 한 번은 원금 기준으로 직접 맞대 본다. 원금 대비 평가 = 현재 평가액 ÷ (연초 잔액 + 올해 납입 합계) − 1. 김 씨가 연초 잔액 1,800만원에 매월 35만원씩 10개월(350만원), 은행 정기예금을 해지해 옮긴 600만원을 넣었다고 가정하면 넣은 돈은 2,750만원이다.
현재 평가액 2,500만원과 비교하면 250만원, 약 -9.1%다. 같은 계좌라도 앱 화면에는 다른 숫자가 떠 있을 수 있으니, 두 숫자를 나란히 적고 무엇을 기준으로 한 값인지 표시해 둔다.

흔한 실수는 회사 부담금과 내가 추가로 넣은 돈을 섞어 세는 것이다. DC형은 회사가 넣어 준 돈, IRP는 내가 넣은 돈이 주로 들어가니 계좌별로 따로 적어야 숫자가 맞는다. 납입 내역은 사업자 앱의 '입금 내역' 또는 연말정산용 납입 증명에서 확인할 수 있다.
5단계: 목표 비중과 지금 비중의 차이
마지막은 처음 정한 비율과 지금 비율을 비교하는 일이다. 오른 자산은 저절로 비중이 커지고, 빠진 자산은 저절로 작아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계좌 모양은 매달 바뀐다.
식은 차이 = 현재 비중 − 목표 비중이다. 목표를 따로 적어 둔 적이 없다면, 이번에 1단계에서 낸 숫자를 기록해 두고 다음 달 같은 날 다시 재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비중을 고칠지는 이 차이가 얼마나 벌어졌는지, 매매에 드는 비용과 체결 시점은 어떤지를 함께 놓고 정할 일이다.

한 가지 더 알아 둘 점이 있다.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상 DB형에서 DC형으로 옮긴 적립금은 다시 DB형으로 되돌릴 수 없다(법령 원문으로는 확인하지 못했다). 전환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단계의 계산을 전환 전에 해 보는 편이 순서다.
확인할 것
- 위험자산 한도는 현행 70%다(조문 번호는 확인하지 못해 금융위 보도자료·언론 기준으로 적었다). 한도를 올리는 방안이 논의된다는 보도는 있었지만, 2026년 10월 27일 현재 확정·시행은 확인되지 않았다.
- 기사 속 '-10%'는 두 증권사 가입자의 7~8월 단순 기간수익률이다. 전체 전환자의 손실률이 아니다.
- 코스피 낙폭은 기사 표기 -18.1%와 두 종가로 직접 나눈 약 -17.9%가 조금 다르다. 기준일을 맞춰 거래소 원자료로 검산한다.
- TDF는 상품마다 위험자산 분류가 다를 수 있다. 사업자 앱의 분류를 그대로 옮겨 적는다.
- 이 글의 김 씨 계좌, 업종 비중 30%·100%, 하락 시나리오는 모두 설명용 가정이다. 실제 상품 값이 아니다.
- 세금·연금 수령 방식은 이 글에서 다루지 않았다. 계산은 단순 계산이며 자문이 아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70% 한도를 지킨 계좌도 한 업종이 63%를 차지하면, 그 업종이 20% 흔들릴 때 계좌가 10% 넘게 줄어든다. 규칙이 세어 주지 않는 그 칸을 직접 세는 것이 이 다섯 단계의 핵심이다.
이번 주 연금 앱을 열면 계산기에 넣어 볼 숫자는 하나다. 위험자산 평가액 가운데 가장 큰 업종이 차지하는 비율, 그 퍼센트가 얼마인가.
출처: 이코노미스트(2026-10-05·2026-09-25) · 파이낸셜뉴스(2026-10-05) ·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KDI 경제정보센터·머니투데이 2026-05-20 소개) · 금융위원회 보도자료(2018-08-31). 숫자 기준일은 본문에 따로 밝혔다. 이 글은 정보 제공용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공시·시세로 계산한 정보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에요. 글 속 숫자 상자는 사이트 최신 데이터, 본문 숫자는 2026.08.31 기준이에요. 정정 요청은 소개 페이지의 연락처로 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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